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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CGV는 원래 사고가 잦은건지 그냥 제가 재수가 없는 건지(...) 지난번 '슈퍼맨 리턴즈' IMAX 상영사고에 이어 이번엔 정전사고 때문에 조금 소동을 겪었습니다.
이 날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상영관 입구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어 무슨 일인가 했더니 방금전 정전이 나서 상영이 중단되었다고 하더라구요. 이후 상영자체가 안 된다길래 허탈한 기분으로 그냥 돌아가야하나 하다가 혹시나 해서 다시 문의해보니 전체관 중에서 5개관이 상영 중단되고 다행히 해리포터가 상영하는 관은 정상적으로 볼 수 있다길래 조금 기다렸다 입장했습니다. 여전히 불안하긴 했지만요.

해리포터 시리즈도 벌써 5번째인데 3편 이후로 재미가 상승곡선이어서 이번에도 기대가 높았습니다만 결과는 다소 실망스럽네요. 개봉한지 2주 정도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점유율도 상당히 떨어진 듯 영화관별로 한 두개관이 고작이더군요. 요즘엔 블럭버스터 영화들이 서너개관 정도씩 차지하는게 보통이니 이미 많이 밀려난 걸 알 수 있죠. 그래서 미리 큰 기대는 접고 관람한 덕분인지 저는 나름 재미있게 봤답니다.

그간 해리포터의 세계는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점점 어두워져 왔습니다만 볼드모트의 부활을 계기로 이제 완전히 어두운 분위기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전 시리즈의 아기자기한 재미도 거의 기대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아이들만의 세계가 중심이었던 이야기가 점차 어른들의 세계와 섞이면서 정치적인 요소라든지 성장통 등이 부각된 점은 좋았습니다.

저는 소설을 읽지 않아서 원작의 분량이 어느만큼 방대한지 알 수 없지만 이번편의 급한 전개를 보니 굉장히 많은 부분이 축약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더군요. 해리포터의 심적 고통에 중점을 두고 묘사하는 건 좋지만 그 외의 다른 이야기들은 너무 많이 생략되어서 초반부터 전개가 매끄럽지 못합니다. 중반까지는 좀 지루하기 까지 했어요. 끝나고 나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구요.
과도한 가지치기는 매끄럽지 못한 전개를 만들었지만 중심 뼈대는 비교적 튼튼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행히 이야기 자체가 붕괴되거나 흔들리는 현상은 없어요.

전작의 출연진들도 대거 얼굴을 비추고 있고 새로운 캐릭터들도 추가되었는데 새 캐릭터 중 루나러브굿은 약간 어설픈 느낌도 있지만 꽤 매력있더군요. 기대했던 헬레나 본햄 카터는 짧아서 아쉽지만 역시 강렬했구요.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캐릭터는 엄브릿지 교수. 캐릭터 설정도 좋았고 밉살스런 연기가 압권이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스네이프 교수가 짱이라능..)

대강 정리하자면 이야기가 너무 빠르게 전개되고 아기자기한 재미가 줄었지만 무겁고 진지해진 분위기는 마음에 들고 종반 액션이 강렬했다는 것. 정도가 되겠네요.
6편 역시 이번 5편의 감독이 맡는다는게 기대반 불안반이지만 분명한 건 앞으로의 해리포터는 가볍게 웃고 즐길 영화에서 점차 멀어진다는 것입니다.


+ 중간에 1편의 꼬마 해리의 얼굴에서 지금의 얼굴로 전환되는 장면에서 정말 격세지감.
그래도 이 정도면 잘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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