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8' 보고 왔습니다. 아마도 '장화,홍련' 이후로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본 호러영화인 것 같아요.
그리고 실로 오랜만에 괜찮은 호러영화를 보았습니다.
호러라는 장르 안에서도 다양한 타입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1408'은 귀신들린 방을 소재로 한 심리공포입니다. 주인공의 내면의 공포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신체훼손이라든가 끔찍한 형상의 귀신이 관절을 꺾어가며 뒤쫓아 오지는 않죠. 대신 1408호 라는 방 자체가 적이자 공포의 대상입니다.
영화는 한마디로 엔슬린(존 쿠삭)의 원맨쇼에요. 일단 들어오면 나갈 수 없는 이 호텔방 안에서 혼자 물쇼, 불쇼, 때려부수기, 곡예 등등 나홀로 스펙터클 모험담입니다. 게다가 이 방만 마치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처럼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있어 다른 사람들은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으니 더욱 완벽하죠.
처음엔 별 다를 것 없는 듯한 방이 60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마자 무섭게 엔슬린을 몰아치기 시작합니다. 특히 창밖너머 맞은편 건물의 사람에게 필사적으로 구조요청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상징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올드독의 카툰이 생각나서 웃기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보이는 것만을 믿었던 주인공은 거꾸로 보이는 것을 믿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되내이며 어떻게든 이성적이려 하지만 무력하게도 점점 미쳐가게 됩니다. 결국 최고조에 달한 공포는 벽이 무너지고 엄청난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그런 것이 아니라 가장 가슴아프고 두려운 과거와의 재회였죠.
그리곤 결코 벗어날 수 없으니 여기서 나가고 싶다면 '체크아웃' 하라고 종용하기까지 합니다. 과연 악마적인..덜덜
1408호에 들어선 후로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연출과 연기 모두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결말도 괜찮았던것 같아요. CG가 좀 튀는게 흠이라면 흠이랄까.
그리고 영화 후반쯤 깨달았는데 이 60분이라는 시간이 리얼타임(혹은 거의 비슷하게)으로 흘러가는 것 같더군요. 엔슬린이 그 방에서 겪는 일을 고스란히 관객들도 함께 겪는 거죠.
줄곧 의문이었던 전기제품이 왜 멀쩡히 돌아가는가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서 그럴듯한 추측글을 봤는데. 전기제품이 동작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그것을 컨트롤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영적인 존재가 TV나 전등같은 전기제품류을 이용하는 것은 다른 영화에서도 자주 나오는 것이기도 하구요. 나름 설득력있지요.
그리고 엔슬린이 가지고 온 물건들은 그 범주밖에 있는 것 같고 또 나름의 역할도 있습니다. (비록 일부 방해를 받지만)노트북은 구조요청의 통로가 되고 내내 등장하는 보이스레코더는 마지막 장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내지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것조차 1408호의 의도일 수도 있습니다. 구조요청이 아니라 부인까지 방으로 끌어들이려 한 것일 수도 있거든요.
결말도 그렇고 불확실한 의문의 여지를 남기는 영화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좋기도 해요.
어차피 1408호라는 공간자체가 어디까지가 환상이고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공간이니까요.
+ 사무엘 L 잭슨은 역시 포스가 있으시지만 그래도 쫌더 나와주셨다면 좋았겠다는 개인적인 바램
++ 카펜터스의 노래가 무섭게 들릴 수도 있구나..
+++ 제목의 숫자를 모두 더하면 13이듯이 부인에게 알려주는 호텔 번지수도 더하면 13. 그 밖에도 다양한 13이 숨어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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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웠어효...ㄷㄷㄷ 공포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면 사운드로 방법당한다는것을 알아버렸슴.
다음엔 꼭 중간에 앉혀놓아야..쿡쿡.
왼쪽에선 개그쑈, 정면에선 깜짝쑈(...) 훌륭한 관람이였습니닥! '-'/
아아 개그쑈 못 봐서 아쉽(...)